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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영하 선수

등록일 : 2018-12-27

2018년 이영하의 일기

 

안녕하세요. 이영하입니다. 이제 2018년의 달력도 한 장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저의 한 시즌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얻은 한 해였습니다. 데뷔 첫 10승도 거뒀고, 좋은 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가야하는 방향을 찾은 1년이었습니다.

 

올 시즌 저의 시작은 선발 투수가 아니었습니다. 롱릴리프로 최대한 길게 공을 던지는 것이 제가 받은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선발진에 공백이 생겼고, 제가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됐습니다.

 

선발 출장은 저에게는 기회였습니다. 자리를 찾았다는 기회가 아닌 제가 조금 더 투수로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권명철 코치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좋을 때나 힘들 때 모두 권명철 코치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코치님께 많은 것을 여쭤봤습니다. 새롭게 장착한 포크볼도 권명철 코치님의 작품이었습니다.

 

 

올 시즌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면 꼭 공이 빨라야 타자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작년 마무리캠프에서는 꼭 155km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에 모자에 155km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 시즌을 치르면서 구속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공이 빠르지 않아도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고, 운영하는 재미도 느꼈습니다.

 

권명철 코치님께서는 “너무 변화구에 맛 들리지 말고, 직구로도 싸우는 법을 알아야한다”며 제 장점이 직구가 약해질까봐 걱정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여러가지 무기를 갖춘 만큼, 마운드에서 조금 더 자신있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습니다.

 

첫 한국시리즈 경험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네 번째 선발로 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다 비가 왔고, 불펜에서 대기하게 됐습니다.

 

 

한국시리즈 5차전. 배짱이 내 무기인줄 만 알았는데 왜 이렇게 떨렸을까요. 다리도 후들거리고, 정말 데뷔전에서도 안떨렸는데, 한국시리즈 공기는 다르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래도 팬들의 응원 소리에 조금씩 힘을 얻었고, 씩씩하게 공을 던지려고 했습니다.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정말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지난해에 준우승을 하면서 올해만큼은 정말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형들과 함께 팬 앞에서 당당하게 우승의 기쁨을 맛보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마운드에서 함께 해서 그런지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나오던 그 때의 그 더그아웃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온 마무리캠프에서는 정말 한 시즌을 정리했습니다.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여전히 몸 상태가 좋아서 ‘더 배우겠다’고 욕심을 부렸는데, 권 코치님께서 만류하시더라고요. 자신있게 불펜 피칭을 해보기도 했는데, 역시 코치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온천에서 굳어있던 몸을 풀고, 스트레칭 등을 하면서 회복 훈련에 집중했습니다. 아, 사이토의 온천을 정말 물이 좋습니다. 비누나 샴푸 없이도 정말 매끌매끌합니다. 휴식일에는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다니기도 했습니다.

 

 

마무리캠프에서 기록을 한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경기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이)동원이 형과 함께 경기 기록을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바로 적어내는 동원이 형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사인할 때 말고는 필기구를 잡을 일이 거의 없었는데, 역시 저는 야구를 해야한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웃음)

 

마무리캠프를 마치면서 저의 한 시즌도 지나갔습니다. 올 시즌 많은 사람들이 잘했다고 이야기해주시지만, 저는 70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선발로는 기분 좋게 승리를 많이 챙겼지만, 역시 초?중반 불펜에서 부진했던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불펜 이영하’는 빵점이었습니다. 감독님께서도 저를 불펜으로 내보내셨을 때에는 분명히 원하시는 바가 있었을텐데, 하나도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내년 시즌 더 완벽해지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무리캠프 막바지에는 기분 좋은 소식을 하나 들었습니다. 4월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첫 볼넷을 기록하면 돈을 주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거절하고 끊었더니 며칠 뒤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안되겠다고 싶어 ‘신고하겠다’고 말한 뒤 번호를 차단했습니다. 혹시 몰라 구단에도 이야기했습니다. 

 

이 일로 KBO 상벌위원회에서는 50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고 했습니다. 연봉보다 큰 금액에 아버지께 곧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망설임없이 기부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차피 이 돈은 제 돈이 아니었던 만큼, 아버지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우리 후배들이 나쁜 길에 빠지지 않고, 또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제가 선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팬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10승을 거둘 때, 또 제 생일 때 쌀 화환과 연탄 화환을 보내줘서 뜻 깊은 곳에 나눔을 할 수 있었습니다.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까지 저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내년 시즌 제 자리가 어디일지는 모르겠지만, 올 시즌을 발판 삼아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이영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 시즌 동안 많은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산베어스 이영하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