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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일간스포츠 배중현 기자

등록일 : 2019-01-24

‘출루의 왕’이 베어스 타선을 책임진다.

 

 

2019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는 쿠바가 낳은 강타자 중 한 명이다. 야시엘 푸이그(신시내티) 호세 아브레유(시카고 화이트삭스)처럼 인지도가 높진 않다. 메이저리그 경력(36경기)도 짧다. 그러나 ‘대박’을 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정확도에 선구안을 더한 타격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투수를 괴롭히면서 타선 전체의 밸런스를 높일 수 있는 공격 첨병에 가깝다. 국내 A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쿠바 선수가 갖고 있는 변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정확성도 있고, 장타력도 나쁘지 않다. 좋은 선수"라고 촌평했다. B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도 “현재 KBO 리그에 올 수 있는 타자 중 수준급이다”고 평가했다.

 

쿠바 리그에선 ‘선구안의 신(神)’에 가까웠다. 성적이 말해준다. 열아홉의 나이에 데뷔해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5년차이던 2011-12시즌에는 타율 0.317을 기록했다. 338타석에서 56개의 볼넷을 골라낸 반면 삼진은 14개에 불과했다.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삼진/볼넷 비율로 리그를 평정했다. 2013-14시즌에는 삼진(10)과 볼넷(65)이 1:7에 가까웠다. 쿠바 리그 통산 삼진(128)/볼넷(278) 비율은 1:2가 넘는다. 강타자가 즐비하고 ‘타고투저’가 강한 쿠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기록을 남겼다. 무엇보다 타석에서의 참을성이 대단하다. 쿠바 리그 팀(마탄사스) 동료이자 시애틀에서 뛴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의심의 여지없는 위대한 야구 선수다. 그가 플레이하는 방식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도 이미 검증됐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쿠바 소속으로 출전해 로빈슨 카노(현 뉴욕 메츠) 앙헬 파간(전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최다 안타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브레유, 프레데릭 세페다(전 요미우리) 등 내로라하는 쿠바 타자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나란히 2승 무패 상황에서 맞대결한 일본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선 3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6-3 승리를 이끌었다. 2011년 센트럴리그 신인왕 사와무라 히로카즈(요미우리 자이언츠), 일본 간판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다. 약 2만 6000여명이 운집한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쉽지 않은 ‘원정’이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대회 타격 성적은 타율 0.524(21타수 11안타). 출루율(0.545)과 장타율(0.667)을 합한 OPS가 무려 1.212. 그런데 6경기에서 기록한 삼진이 단 한 개도 없었다. 빈틈이 없는 타격 능력은 상대 투수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1월 LA 다저스와 20만 달러에 계약했을 때도 수비보다 타격에 기대를 모았다. 다저스가 40홈런 2루수 브라이언 도지어 영입을 포기하고 페르난데스와 계약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유망주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베이스볼 아메리카(BA)의 벤 배들러는 페르난데스에 대해 “많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내지만 풀 히터로 그라운드 오른쪽 방향 땅볼이 많다”며 “왼손 투수와 오른손 투수를 가리지 않고 수준급의 선구안과 타석에서의 커버리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파워는 평균보다 이하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뛸 경우 시즌 홈런 8~12개 정도를 때려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타석에서의 모습을 논하며 스즈키 이치로와 비교하기도 했다. 힘은 부족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2018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기록한 홈런(16개)을 고려하면 두산 유니폼에서 장타력까지 터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두산은 2018년 외국인 타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개막전을 함께 한 지미 파레디스가 6월, 장고 끝에 영입한 스캇 반 슬라이크도 9월에 팀을 떠났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 경력에 이름값도 높아 기대를 모았지만 공교롭게도 기량 미달로 모두 짐을 쌌다. 무엇보다 정확도와 출루 능력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리그를 대표하는 중심 타자 김재환을 보유했고 상하위 타선의 짜임새가 완벽에 가까웠다. 사실상 유일한 약점이 외인 타자였다.

 

 

 

이 문제를 뼈저리게 느낀 구단은 시즌 후 옥석 가리기를 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와 재계약한 KT를 제외하면 외국인 타자 계약이 가장 늦었다. 그리고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30만 달러, 인센티브 35만 달러 등 최대 70만 달러(7억8000만원)에 페르난데스를 품었다. 두산 관계자는 "빼어난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팀 타선에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을 뒤로하고 한국에서의 도전을 택한 쿠바산 ‘출루왕’ 페르난데스.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 ​ 

 

일간스포츠 배중현 기자